<미-러 핵 감축 협정 서명..해빙 가속>
<미-러 핵 감축 협정 서명..해빙 가속>
관계 돈독 기대..MD.협정 비준 등 변수 남아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이 8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에 서명하면서 양국 관계의 해빙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이날 세계 군축 역사에 획을 그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서명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 직후 "이번 서명으로 양국 관계 악화는 끝났다"고 천명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양국 관계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게 됐다"고 환영을 표시했다.
이번 군축 협정은 양국이 1년 전 양국 관계를 `리셋(재설정)'하자고 손을 잡고 나서 처음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번 협정 타결을 계기로 양국 간 신뢰와 협력 분위기가 고양될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위한 물자 조달에 자국 영토와 영공을 개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수십 년 간 양측이 서로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우리 군대가 러시아 영토를 지나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신(新) 아프가니스탄 전략에 협조하기로 했다.
한동안 냉담했던 이란 추가 제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고 핵 협상을 거부하면 추가 제재를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앞서 7일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 루크오일은 이란에 대한 원유 선적을 중단했다.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크렘린 대외정책보좌관은 "이번 협정은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양국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높이게 됐으며,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건설적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전 정권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부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양국은 코소보 사태,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그루지야 전쟁 등으로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관계를 연출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화해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해 9월 미국이 MD 계획을 철회하면서 신뢰가 쌓였고 이번 군축 협상이 관계 개선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이번 협정 서명이 경제 통상 등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안드레이 데니소프 러시아 외무부 제1차관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구체적 프로젝트의 토대 아래 세워져야 한다"면서 "우주탐사, 항공, 원자력 산업 등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내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올 여름 또 한 차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양국 관계를 시험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으며, 그때마다 웃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역시 가장 큰 우려 사안은 오바마 행정부의 새 MD 계획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주 "미국의 MD 계획이 지금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면 이번 군축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크렘린은 이날 서명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이 MD 추구를 자제하면 이 협정은 계속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MD와 관련해 여전히 이견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타협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당장 이번 협정에 대한 양국 의회 비준이 이후 양국 관계를 점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미국 상원 의원들과 비준 문제에 대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하원에서는 양국이 같은 날 의회 비준을 마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두마를 거쳐 연방의회(상원)를 통과해야 하고 미국은 상원에 우선 투표권이 있다.
이와 관련해 프리호드코 보좌관은 "우리는 비준 통과를 자신하며 비준 통과 시기가 서로 다르더라도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상·하원은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협정 비준에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국 상원은 민주당이 적어도 8표의 공화당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비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협정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초당적인 지지가 있었다면서 상원의 연내 비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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