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효자' 쇼트트랙의 일탈 개탄스럽다
<연합시론> `효자' 쇼트트랙의 일탈 개탄스럽다
(서울=연합뉴스) 인기 빙상종목인 쇼트트랙의 국가대표 선발전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짬짜미(담합)로 얼룩진 사실이 드러났다. 쇼트트랙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숱한 메달을 수확해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터여서 매우 충격적이다. 대한체육회(KOC)는 8일 빙상경기연맹을 감사한 결과 지난해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개인코치와 소속 코치, 선수 몇 명이 모여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자"고 협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소문으로만 돌았던 `나눠먹기' 관행이 처음 확인된 것이어서 파문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쇼트트랙선수권 대회에서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21. 단국대) 등 선수 2명이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애초 알려진 발목 부상 때문이 아니라 코치진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한다. 당시 빙상연맹에 제출된 불출전 사유서가 선수의 자발적 의사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코치진의 강압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세계쇼트트랙선수권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펼친 활약과 노고에 아낌없는 성원과 갈채를 보냈던 국민과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해당 코치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불출전을 결정했고, 선수들이 불출전 사유서 작성 방법을 몰라 문안을 불러줬을 뿐이라며 선수들과는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최종적인 진실 규명은 빙상연맹 자체 조사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용성 체육회장은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을 직접 만나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처를 해주도록 요청하면서 "이 기회에 쇼트트랙의 뿌리깊은 파벌을 일소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체육회는 또 빙상연맹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재감사도 불사하겠다는 뜻이어서 사태의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체육회가 대표 선발전의 비리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처벌하고, 세계선수권 대회 불출전 강압 여부를 조사하되 조사할 수 없을 때는 연맹 이름으로 한 달 안에 형사 고발하도록 빙상연맹에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사태 수습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쇼트트랙 파문은 국가대표를 지낸 모 선수의 부친이 특정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불출전이 강압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고 하지만, 주변에서는 한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파벌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지난달 하순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금메달 6개를 따내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도 파벌 문제 때문에 팬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었다"며 "이후 파벌을 없애려고 애를 썼고 이제 사실상 파벌도 사라졌는데 새삼스럽게 파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감사 결과 대표선수 선발의 짬짜미나 대회 불출전 강압 정황이 피해자의 진술 등으로 어느 정도 드러난 이상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불출전 강압이 있었다면 그 과정에 어느 선까지 개입됐는지 명확히 밝혀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정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은 이번 일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회장은 "이번 사안을 놓고 형식적인 조사에 머물지는 않겠다"며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빙상연맹은 쇼트트랙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진상 조사와 사후 처리 등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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