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문화 인터뷰>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
<2010 문화 인터뷰>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
"법인화는 효율적 대국민 서비스 위해 필요"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 2월 배순훈(66)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되자 세간에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장관을 지낸 인사가 차관 아래 실장급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발탁됐다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됐다.
그렇게 취임한 지 12월로 10개월째를 맞은 그를 지난 16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만나 취임 첫해를 보내는 소회와 내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비전을 물었다.
배 관장은 "내가 미술관장 업무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술관장 업무가) 학교에서 강의하던 교수 일과는 완전히 다르고 복잡한 일이에요. 하지만, 나 자신이 배우는 것도 많아요"
미술관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기업도 경영한 그에게 미술관 업무가 왜 어려운지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은 사실 조직이 비교적 잘 돼 있어 안 되는 기업도 몇 가지 포인트만 바꾸면 기업이 금방 변해요. 또 기업들은 사람을 모으고 훈련하고 조직 셋업하고 내 맘대로 한 게 많았죠. 하지만, 미술관은 인원이 확정된 상태에다 타성이 너무 오랫동안 유지돼서 바꾸기가 무척 어려워요. 사람도, 사업도 바꿀 수 없잖아요. 그 안에서 뭘 해서 과거와 다른 미술관을 만들 수 있는가가 정말 어려워요. 내가 생각하던 미술관의 임무랄까 그런 것은 아주 큰 거였는데 리소스(자원)는 굉장히 한정돼 있으니까요."
배 관장 취임 이후 미술계에는 큰일이 있었다. 경복궁 옆 옛 기무사 자리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자리로 확정됨으로써 이 서울관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배 관장은 미술관 과천 본관, 덕수궁미술관과 함께 삼각 체제로 운영할 이 서울관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3년 동안 몇 가지 대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하고 이 중에 어떤 것을 택할까를 물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끼리만 통하는 로컬(local) 미술관이 아닌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드는 겁니다."
배 관장은 이를 위한 아이디어로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사례를 들며 이야기가 있는 전시를 제시했다.
"터렐은 과거 한국, 그것도 기무사 옆에 있던 국군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었어요. 터렐은 그때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해요. 터렐은 기무사 자리에 미술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자기가 꼭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만약 터렐 작품이 서울관에 전시되면 그런 뒷이야기를 알고 작품을 봐야 되요. 또 그런 스토리가 있는 작품은 서울관을 찾지 않으면 못 보는 거에요. 나는 그런 식의 작품이 세계적인 작품이라고 봐요. 그런 걸 찾아내려고 지금 많은 큐레이터가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관이 개관하면 연간 120만 명 정도의 관객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과천과 덕수궁미술관 관람객이 120만이니 서울관 개관 뒤에는 세 군대를 다 합쳐 300만 명 정도는 들 것이라는 예상치도 내놓았다.
서울관 뿐 아니라 덕수궁미술관과 과천 본관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덕수궁은 근사한 설치미술작품을 전시하면 어떨까 싶어요.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피라미드 같은 설치미술작품도 괜찮아요. 건물 보존도 좋지만, 보존은 오늘날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어야 보존이 되지 박물관 창고에 집어넣어서는 보존이 안 돼요. 덕수궁을 진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과천은 전시공간을 재배치할 겁니다. 또 어린이미술관도 활성화하고 싶어요. 미술교육도 하지만 아이들이 온종일 미술관에 와서 즐겁게 놀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내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수법인화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미술관의 상업화와 직원들의 신분 변동에 대한 우려 등으로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내 특수법인화 시안을 마련하는 등 법인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 생각에는 정부에서 미술관에 대국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하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법인화를 하는 게 좋아요. 현재 미술관 직원 절반이 순환보직 하는 공무원입니다. 순환보직은 길어야 2년이에요. 2년 동안 무슨 기술을 익히겠습니까. 순환보직의 문제점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한 것 같아요. 그런 걸 좀 바꿔보자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상업화 우려는 정부에서 이해를 잘하는 것 같아요. 예산은 줄어들지 않는다니 저는 그건 믿습니다. 인력도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서울관의 전시 공간은 과천 본관보다 커집니다. 일이 두 배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도 인력이 줄겠습니까.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일할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겁니다. 우리 미술관에 있는 사람들이 신나게, 열심히 일하게 하는 방안이 법인화입니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배 관장은 효율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학예실 중심으로 움직이던 미술관 조직도 확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인화가 됐을 때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직 변화로 대비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공공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니 서비스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서비스는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여태껏 우리는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데만 신경 썼지 고객의 처지에서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 서울관 건립예정지에서 끝난 '신호탄' 전을 예로 들었다.
"전시 구성은 좋았지만, 관객 수가 많지 않았어요. 전시만 생각했지 관람객을 생각 안 했기 때문이에요. '어떤 관람객이 와서 뭘 보지'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전시 기획자는 전시 기획만 하고, 홍보실은 홍보만 하고…. 이러면 각자가 다 잘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해요. 이걸 바꿔야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현재와 같은 정부기구보다는 법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민간 조직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곳이 마케팅부입니다. 마케팅부가 중심이 돼서 어떤 것을 개발해라, 품질을 개선해라 요청하잖아요. 우리도 고객 중심 서비스로 가도록 현재의 홍보마케팅부를 확대 개편할 겁니다. 학예실이 전시기획하고 홍보마케팅부에서 홍보하는 것과는 반대로 홍보마케팅부에서 기획해서 이를 학예실에 전달하는 형태가 되는 거죠."
배 관장은 내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대해 세계적인 미술관들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미술품 하나 빌려오려면 정말 힘들었는데 요새는 경제 위기가 닥치니까 빌려주겠다는 데가 아주 많아요. 제의도 많이 왔습니다. 세계적인 미술품들이 한국에 나들이 할겁니다. 내부ㆍ외부 기획을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도록, 국제적인 전시를 하면 좋겠어요. 미술관이 갖는 기본적 기능 중의 하나인 교육도 독특한 것을 많이 하려고 해요. 안 하던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거죠."
zitrone@yna.co.kr
【版權歸韓聯社所有,未經授權嚴禁轉載複製和用於人工智慧開發及利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