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문화 인터뷰> 연극 복귀 박명성 대표
"뮤지컬 거품 정비하고 연극 맷집 길러야"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뮤지컬시장이 너무 급성장하다 보니 거품이 많습니다. 그 거품을 제거하는 정비기간이 필요합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저는 연극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일로를 걷던 뮤지컬계가 최근 주춤하면서 시장의 거품을 뺄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공연계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까지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을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수입 대작 뮤지컬을 들여오기 위한 소모적인 경쟁과 불황, 신종플루 등의 악재가 겹친 결과다.
내년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다양한 대형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 올해에 비해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눈에 띄는 신작 뮤지컬이 많지 않다.
이에 비하면 내년 연극 무대는 한결 풍성하다. 연극계로서는 뮤지컬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기회를 맞은 셈이다.
'맘마미아', '시카고' 등의 대형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한 신시컴퍼니는 올해 "더는 해외 뮤지컬을 잡기 위한 과열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연극으로 눈을 돌렸다. 2010년은 그 도전에 대한 결실을 볼 시기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올해 여러 대형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지만 성공한 작품은 드물다"며 "무리한 모험을 하기보다는 거품을 제거하고 재정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과다한 외국 뮤지컬 수입 경쟁으로 로열티가 너무 치솟았어요. 많은 사람이 애쓰고 희생해도 해외 로열티로 다 지불하니 얼마나 허망합니까. 뮤지컬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인식과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그에게 새로운 시작은 연극으로의 전향이었다. '맘마미아',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등의 히트 뮤지컬의 국내 공연권을 가진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사명까지 신시컴퍼니로 바꾸고 대형 연극 제작에 집중했다.
이미 올해 최정원의 '피아프', 손숙ㆍ추상미의 '가을 소나타' 등을 선보인 신시컴퍼니는 내년에는 신경숙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해 올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등 3개 부문 수상작인 '대학살의 신', 차범석희곡상 당선작인 '푸르른 날에', 브로드웨이에서 제인 폰다가 주연을 맡았던 '33 변주곡' 등 연극 공연을 더 늘린다.
그는 "연극을 통해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공연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해 주고 맷집과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며 "뮤지컬 배우들도 연극에 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에 대한 투자는 지금 도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돼 버렸는데 막대한 투자를 연극에 하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초 순수예술인 연극의 저변을 확대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죠. 또 연극에서도 절대로 손해 보지 않고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나 스스로 10년간 뮤지컬 대중화와 저변 확대에 불을 지른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뮤지컬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외국 유명 뮤지컬을 비싸게 사들여 오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새로운 장르, 어려운 장르에 도전하고 모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극으로 눈을 돌린 것은 그의 '출신 성분'과도 관련이 깊다. 1982년 배우로 연극에 입문했고 연극연출가이자 극작가였던 고(¬G) 김상열씨가 창단한 극단 신시의 창단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10여 년간 조연출과 무대감독을 거쳐 프로듀서로 나섰다.
"뮤지컬 역시 비즈니스기 때문에 어떻게 재정비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결국 업계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뮤지컬 프로듀서와 달리 저는 연극에 뿌리가 있기에 연극으로 되돌아간 것이죠. 또 '맘마미아'와 '시카고' 등 대박 콘텐츠를 많이 보유해 새로운 모험을 자신 있게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연극 제작은 연극인 출신이자 서울연극협회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풀어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서울연극협회장과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대학로가 왜 이렇게 침체하고 연극의 거리가 미완으로 남아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연극을 만들 수 있는 기획 제작 시스템과 조직력의 부재, 홍보 마케팅 능력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관객의 트렌드에 연극이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잘 만든 연극은 손님이 오게 돼 있고, 실제로 좋은 스태프를 구성해 온 힘을 기울여 만들면 연극도 관객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대학로의 침체기가 지속되지 않으려면 신시컴퍼니와 같은 회사가 대형 뮤지컬의 제작 노하우를 살려 연극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죠."
그는 앞으로 대형 작품 위주로 한 해에 최소 네 편 이상의 연극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연극의 대중화를 표방하면서 이념이나 사상적인 갈등보다는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소극장 연극은 신시컴퍼니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무대에 돈을 들이고 덩치가 큰 연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시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중대형 연극을 자꾸 만들다 보면 연극의 붐이 더 활성화되리라 믿습니다."
연극으로 눈을 돌렸지만 뮤지컬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올해 김영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퀴즈쇼'를 선보였으며 여성국극의 창시자 임춘앵의 일생을 다룬 만화 '춘앵전'을 뮤지컬 무대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공연 라이선스가 폭등하기 전에 계약한 기존 작품들도 계속 무대에 올린다. 내년에는 4년 만에 다시 공연하는 '아이다'가 기대작이다. 또 '키스 미 케이트', '맘마미아', '시카고' 등도 다시 공연한다.
내년 공연계 전망에 대해 그는 "최근 2년 동안 시장이 좋지 않아 연극이나 뮤지컬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제가 회복되면 올해보다는 나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탈출구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공연계가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자성을 해야겠고 경기가 살아나서 다시 붐이 일었으면 합니다. 뮤지컬계에는 올해 선보인 '영웅'과 같이 미래의 희망이 보이는 대형 창작뮤지컬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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