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군함 침몰 의혹, 인양돼야 풀리나
(서울=연합뉴스)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순식간에 침몰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전이 열흘 만에 인양작업으로 전환됐다. 해군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수색작업을 중단하고 함수와 함미 인양작전에 들어갔다. 인양에 민간 전문업체의 대형 크레인선과 바지선 수척이 동원된 가운데 세부적인 인양계획이 곧 나온다고 한다. 두 동강 나 가라앉은 천안암의 무게만 1천200t에 달해 인양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해군은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에서 격침된 130t급 고속정을 침몰 53일, 인양작전 17일 만에야 물 밖으로 끌어냈다. 군은 침몰된 함체내 구조작업은 중단했지만, 실종자와 부유물 수색은 계속하기로 했다.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어선도 침몰해 애꿎은 민간인 수명이 사망, 실종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천안함 실종자 가운데 배 끝쪽 절단면에 걸려 있던 남기훈 상사가 숨진 채 발견돼 평택 2함대사령부에 안치됐다. 실종자 전원이 발견될 때까지 장례절차 논의도 중단키로 했다고 한다. 참으로 비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침몰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해군본부와 2함사, 해군작전사령부 방문조사와 함께 입원 중인 생존자들의 증언 청취에 들어갔다. 함체가 왜 두 동강 났을까. 군 당국은 지진파 등을 근거로 외래 충격에 의해 함정 중간이 절단됐을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점조차 계속 바뀌고 있다. 취약시간으로 볼만한 금요일 당일 오후 9시45분에서 수차 정정돼 9시22분으로 당겨졌다. 그러나 당일 9시16분 한 수병이 '비상 걸렸다'며 갑자기 전화를 끊었고 일부 언론이 공개한 '최초 상황일지'는 9시15분에 2함사가 해작사에 최초 보고한 것으로 기록했다. '순식간에' 큰 배가 두 조각났다는데 사고발생 시점이 30분이나 차이 난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 관련 여부도 문제다. 국방장관은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 잠수함기지를 매일 위성 촬영해 분석한다는 민감한 군사기밀까지 부적절하게 공개하면서 국회에서 또 잠수정 기동설과 어뢰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 정도라면 백령도 해병기지에서 촬영한 40분짜리 동영상과 문제 함정들의 항해일지, 레이더 탐색기록, 2함사와의 교신내용 등을 모두 열람시키거나 공개해도 될 것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새떼를 괴선박으로 오인해 5분 이상 함포로 사격하고, 침몰 당시 충돌음과 폭발음도 구분 못 하고 애초에 '두동강'을 '파공'으로 판단할 정도라면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피아식별 능력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고위 당국자가 "현재까지 북한과 관련된 확실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언급을 중시한다.
장부 당국에서 합동조사에 나섰다지만 해군과 국방부 등은 조사 주체보다는 조사 대상이다. 사고 당시 해군과 해경 간에 '좌초'라는 표현으로 교신하고 보고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침몰함의 당시 기동항로와 속도, 해도 위치 등 핵심자료부터 내야 억측과 의혹이 줄어들 것이다. 해군이 작전항해 중 좌초했다면 치욕이겠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생존자 진술 등 조사 내용이 부실할 경우 여야 국회의원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 침몰한 원인은 단순명쾌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주요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함체가 인양돼도 침몰원인은 미궁에 빠질 거라는 우려가 벌써 일고 있다.
실종자들이 많이 있다는 함미 탐색과 구조 등에 뒤늦게 나선 군 지휘부의 자책과 문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번 군함 침몰 이후 군의 비상상황 대처방식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해난구조대 등은 악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군 지휘부의 초기 상황판단과 늑장 대응, 계속적인 혼선은 총체적 난국을 대하는 느낌이다. 막대한 예산으로 첨단 무기와 장비, 대병력을 운용하는 군의 사고체계가 수십 년 전 그대로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국방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해 군이 국민적 사랑 속에 참다운 선진화의 길을 걷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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