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군함 침몰, 실종 46명 1주일…신뢰 찾는 길
(서울=연합뉴스) 북한 땅을 지척에 둔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대한민국 초계함이 침몰해 46명이 실종된 지 1주일째다. 군이 빠른 조류 등 악조건에서 한 가닥 희망을 걸고 구조작전에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여전히 미지수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국방부가 뒤늦게 총괄 브리핑에 나섰지만, 군과 정부 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속시원히 해소되지 않아 문제다. 지질자원연구원이 침몰 당시 사고 해역에서 특이한 지진파를 탐지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해당 지진파가 기뢰나 어뢰 폭발 때문인지, 좌초 충격에 의한 것인지 규명될 때까지 의혹은 계속 남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국방부는 사고발생 시점을 1주 전 오후 9시45분에서 9시30분으로, 9시25분으로 변경했다가 이번에 다시 9시22분으로 정정했다. 침몰 시간이 해군전술지휘체계와 레이더 등에 사고 해역 좌표와 함께 고정됐을 텐데도 오락가락한 것은 보고라인의 혼선, 조작 가능성을 시사한다. 천안함 사고 후 평택 2함대사령부의 비상경계지시로 긴급 발진한 속초함이 새떼를 향해 5분 이상 76㎜ 함포를 발사했다는 경위 설명도 전문가 등의 비판적 반응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고속 북상하는 물체를 탐색, 문제의 천안함을 공격하고 달아나는 북한 함정으로 판단해 함포 사격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첨단 과학과 정보로 무장한 군이 새떼를 괴함정으로 오판했다니 어이가 없다. 수심이 얕다는 해안 1마일까지 근접해 천안함이 항로를 변경한 것에 대해 "북한의 새로운 공격형태에 대응..."운운했지만 사고일 전후 어떤 도발위협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당시 긴급상황에서 침몰함과 2함사와의 교신내용 등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종자 수색 구조와 함께 침몰 원인 규명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 늑장 대응과 오락가락하는 해명으로 잃어버린 군과 정부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침몰 원인은 앞으로 민군 합동조사와 함체 인양 후 검사를 통해 최종 확인되겠지만, 항해일지, 2함사와의 교신일지, 구조에 동원된 해경 함정 등의 자료, 인근 해병기지의 레이더 전파탐지기록, 2함사의 작전상황실 당직근무일지, 수리창의 정비기록 등 1차 자료를 살피면 큰 윤곽이 파악될 것이다. 또 침몰사고 후 작성된 해군본부와 국방부의 보고서,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해양경찰청 등이 상부에 브리핑한 자료 등을 비교 판단하면 참고될 것이다. 당시 인근에서 연례 합동훈련 중이었다는 한미연합사의 위성사진, 통신감청 자료도 있을 것이다. 이들 자료를 근거로 당시 천안함이 초계한 항적을 되짚어 보면 좌초나 피격 여부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정황증거 없다"며 수차 부인한 '잠수함정과 어뢰' 등 북한 관련설보다 해군이 해경에 침몰사고 발생을 통보하고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당시 '좌초'라고 표현한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침몰 사고 이후 수차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라.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되, 섣부른 예단을 근거로 혼란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발표해야 한다"고 군에 지시하고 "국내적 발상만으로 안된다. 조금의 의혹이나 허술함도 있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도 "의혹과 음모론을 차단하고 국민의 대정부 신뢰 저하를 막는 방법은 관련 자료를 사실대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실이 교신일지와 항해일지에 기록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특히 교신일지와 관련, "기밀이 아닌 부분은 빨리 공개돼야 한다"며 "왜곡.은폐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국민이 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에 국내외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문제를 다루면서 영화 '괴물'에 비유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논평을 게재했다. 진상이 신속 정확히 규명돼야 국민적 불신이 해소되고 국제적 망신을 면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특정 당국에서 허위 또는 조작 보고서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고 국내외에 불신을 가중한다면 상응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나 식량보다 민심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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