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건국 후 최대'라는 교육비리 망신
<연합시론> '건국 후 최대'라는 교육비리 망신
(서울=연합뉴스) 교육비리 사건이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전ㆍ현직 교장 157명이 수학여행 등 학교 단체행사를 치르면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이렇게 많은 학교장들이 한꺼번에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앞서 지난 주말에는 수도 서울의 교육행정을 책임졌던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이 인사청탁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장학관직 매관매직, 학교 창호공사업체 선정 뒷거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위탁업체 떡값 뇌물 등에 이어 교육감 구속과 교장 무더기 수사에 이르기까지 최근 3개월 간 줄줄이 터져나온 교육비리 사건은 건국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우리 자녀들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했는지 참담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수학여행, 수련회 등 학교단체행사를 치르면서 버스업체, 여행사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ㆍ현직 학교장 5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04명의 전ㆍ현직 교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교장들이 챙긴 리베이트는 유스호스텔의 경우 학생 1명당 2박3일 숙박에 8천∼1만2천원, 버스업체는 대당 하루에 2만∼3만원이었다. 리베이트는 행사비의 평균 25∼30% 수준이었다고 한다. 교장의 눈에는 학생이 돈으로 보이냐는 개탄도 나온다. 비리는 일부 학교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학교 전반에 만연돼 있어 더 심각하다. 문제가 된 교장 157명 가운데 서울지역 초등 전ㆍ현직 교장이 120명이나 된다니 서울 초등학교 5개 중 1개꼴로 교장이 비리에 연루된 셈이다. "이번에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교육계 안팎에선 수학여행과 수련회 관련 비리를 수 십년 동안 관행처럼 지속돼 오던 고질적 병폐로 보고 있다. 수 십년 곪은 게 터졌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학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데는 학교 행정에 대한 모든 권한이 교장 1명에게 집중된 탓도 있다. 전교조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85.2%가 학교장의 권한 집중을 교육 비리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비리 근절책으로 교육감의 권한 축소와 공모제를 통한 학교장의 자율권 강화를 내놓았지만 교장에 대한 적절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교육비리 근절책이 확산책으로 탈바꿈하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비리 교육감을 없애기 위해 교장공모제를 확대한다지만, 교장자격증을 요구하는 초빙형 공모제로 교장을 뽑는 한 이번과 같은 교장 비리는 또 다시 터질 가능성이 높다. 부패불감증에 젖은 학교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교장 자격 대상을 우수 교사와 외부 인사까지 확대해야 하고, 학교 공사나 행사와 관련된 업체 선정시 비리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제도를 투명하게 정비해야 한다. 사태를 방치한 측면이 없지 않은 교육당국이나 사정당국도 유사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로 교육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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