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1 후속 협정 협상 이렇게 타결>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신할 후속 협정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6일 전화회담을 통해 내달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새 협정 서명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사실 양국은 START-1 협상 만료를 1년여 앞둔 시점부터 후속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내부 협의를 벌였지만 양국이 보이지 않는 기(氣) 싸움을 벌이면서 협상을 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양국 외교 당국자들 입에서 새 협정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됐고 3월 양국 외무장관이 제네바에서 만나 연말까지 실무계획(Work Plan)을 짜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그해 4월 1일 런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나 새로운 군축 협정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즉각 실무 차원의 협상에 착수, 7월 양국 정상회담 이전 그 결과를 보고하고 12월5일 마감 시한 전 새 협정을 만들기로 했다.
4월 24일 로마에서 로즈 고테묄러 미 국무부 검증·군축 차관보와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외무부 안보·군축 국장 등 양측 수석 대표가 상견례를 겸한 첫 회담을 했고 5월19일 모스크바에서 1차 본협상에 들어갔다.
같은 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을 방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핵무기 확산 방지안 마련에 최대한 협력하기로 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 이전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양국은 2002년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에 명시된 핵무기 수(1천700~2천200개) 더 낮은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양국은 세 차례 만남에서 로드맵을 도출했고 7월 6일 두 정상은 모스크바 회동에서 극적으로 새로운 협정 초안을 담은 공동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초안에 담긴 감축 내용은 생각보다 파격적이다.
새 협정이 발효되고 7년 안에 핵탄두 수를 1천500~1천675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 수단도 500~1천100개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9월 17일 오바마 행정부는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계획 철회를 선언하면서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다.
이후 양국 정상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한 내 협상 완료를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11월 초부터 양측 간 이견이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핵무기 대한 사찰방법과 검증 및 구체적 자료, 러시아 내 미사일 시설에 대한 감시 허용 여부와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직 풀지 못한 기술적·정치적 문제가 있다고 말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음을 암시했다.
협상이 결승점에 거의 도달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리긴 했지만 마감 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양측 협상단은 8차 협상까지 마치고 올 1월 다시 만나기로 했다.
새해가 됐지만 "조기 타결을 희망한다", "거의 완결됐다", "수일 내에 타결될 것이다",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라는 소리만 들릴 뿐 기약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4월 핵 안보정상회의 전까지 협상 타결을 원한 미국은 다급했는지 지난 1월22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을 동시에 모스크바로 보내 막판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2월1일 양국 대표단은 9차 협상에 들어갔다. 기술적, 법적, 언어적 조율 작업에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다시 러시아는 미국의 MD 수정 계획을 걸고넘어졌다. 미국은 협정 체결 지연이 MD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러시아는 MD 구축이 협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간주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사일 방어를 배제하고 전략핵무기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행위라고까지 했다.
협정에 MD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러시아의 안보 불안이 불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걱정은 미국이 구상 중인 MD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힘의 균형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갈 것이라는 데 있었다.
보리스 그리즐로프는 하원의장은 미국 MD를 포기하지 않으면 새 협정이 나오더라도 의회 비준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은 이달 초 10차 협상에 들어갔고 미국은 엘런 타우처 군축담당 국무차관을 제네바에 보냈다. 양국 정상은 지난 13일 전화 통화를 해 다시 한번 조속한 협상 타결 의지를 확인했다.
지난 18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만나 후속 협정을 논의한 뒤 돌아갔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 러시아어와 영어 간 뉘앙스 등을 반영한 최종 문구 작업이 시작됐고 4월 초 체코 프라하에서 협정 조인식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24일 크렘린 쪽에서 먼저 후속 협정 서명을 위한 모든 문서가 합의됐다면서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음을 알렸다.
이때까지도 백악관은 새 협정에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 양국 정상이 한 번 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며, 수일 내 합의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26일 양국 정상이 전화 회담을 통해 협정 서명 장소와 날짜를 정하면서 협정의 모든 과정이 완료됐음을 선언했다.
다음은 START-1 후속 협정 타결 일지다.
▲2009년 4월 1일 = 미ㆍ러 정상 런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후속 협정 협상 재개 합의
▲4월 5일 = 오바마 대통령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주창
▲5월19일 = 1차 본협상
▲7월6일 = 양국 정상 모스크바서 협정 초안 양해각서 서명
▲9월 17일 = 오바마 대통령 MD 철회 선언
▲12월 5일 = START-1 시한 만료
▲12월 19일 = 코펜하겐 기후회의서 양국 정상 연내 협정 완료 불발 확인
▲2010년 1월 22일 =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멀린 합참 의장 모스크바 방문
▲3월 13일 양국 정상 통화. 엘런 타우처 군축담당 국무차관 제네바 급파
▲3월 18일 클린턴 국무장관 모스크바 방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
▲3월24일 크렘린 소식통 협정 사실상 타결 발표, 오바마 대통령 존 케리, 리처드 루거 상원 의원에 협상안 설명
▲3월26일 양국 정상 전화 회담, 협상안 타결 공식 확인
▲4월8일 체코 프라하 서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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