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6일 `2010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고,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핵무기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앞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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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 `핵무기 없는 세계'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야심적인 카드가 차례대로 공개되고 있다.
국방부가 6일 발표한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는 미국의 향후 핵정책 전반을 제시한 결정판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추구할 핵무기 감축 및 핵비확산을 위한 발걸음을 내다볼 수 있게 한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미국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과거에 비해 대폭 제한한 내용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해서 그 의무를 이행하는 비핵국가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로부터 미국이 생화학무기 공격을 받더라도 핵보복으로 응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02년초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한지 3개월후 발표된 조지 부시 행정부때의 NPR 보고서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 보고서에는 "광범위한 위협"(a wide range of threats)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
비핵보유국이라도 생화학 무기나 대규모 재래식 무기 공격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향해 감행될 경우 미국이 핵무기 공격으로 보복하겠다는게 부시 정부때의 노선이었다.
이에 반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과거 정부때와 같은 핵보복 옵션을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역대 미국정부들이 견지해오던 핵무기 사용 조건에 대한 `모호성'(ambiguity)을 제거한 것이다.
하지만 단서는 분명히 달았다. `NPT에 가입했거나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는 나라'라고 전제한 만큼 이에 해당되지 않는 국가들은 핵옵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NPT를 탈퇴했거나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북한, 이란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향후 생화학 무기 기술이 높아져 미국에 치명적 공격을 가할 정도로 발전할 경우, 생화학 공격에도 핵무기 억지력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재고할 여지는 남겨두었다.
`비핵보유국 핵무기 불사용' 방침을 포함한 이 같은 전향적인 선언은 북한, 이란 등 핵무기 추구국가들이 핵야망을 포기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새 NPR 보고서는 현재의 핵무기 환경에 대해 `러시아, 중국같은 전통적인 핵강국보다도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 조직이 더욱 큰 안보위협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의 틀을 구성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 행정부는 처음으로 핵정책의 최우선순위를 핵무기 보유국이 증가하는 것을 차단하고, 테러리스트 그룹이 핵을 보유하는 핵 테러리즘을 막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가 검토과정에서 국방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여타 국가들을 핵물질 확산방지라는 목표에 동참시키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인다는 의도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 핵전략은 검토과정에서 국내적으로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핵무기 사용 옵션을 제한하는데 대해 미국의 가장 강력한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보수진영이 반발한데 반해 진보진영은 미국의 핵무기 선제공격 자체를 포기하는 선언을 하라는 주장을 했다.
결국 핵무기 선제공격 포기 선언은 검토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진보진영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던 오바마의 이상주의가 이 대목에서는 현실과 타협하며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다른 나라 핵공격에 대한 억지기능을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sole) 목적으로 선언하라는 민주당내 일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근본적인'(fundamental) 역할이라고 보고서에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게이츠 장관은 "현재의 핵 위험들은 미국 정부가 그런 제한을 채택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를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NPR 보고서 발표를 시발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에정이다.
8일 미-러 새 전략무기감축협정 서명(프라하), 12∼13일 핵안보정상회의(워싱턴) 등 잇따른 핵무기 통제 이벤트를 주도하면서 세계를 향해 핵감축 및 핵비확산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백악관은 러시아와는 전술핵무기까지 감축하는 추가 협상을 제기할 태세이고, 중국과도 핵무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핵물질들이 테러리스트나 비핵국가로 이전되거나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실효적인 비확산 조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NPR 보고서를 디딤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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