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다시 찾은 봄날 '호우시절'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어떤 일이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사랑은 특히 그렇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허진호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호우시절'은 사랑의 타이밍에 관한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청춘의 끝 자락에, 다시 찾아온 봄을 노래하는 로맨스이기도 하다.
건설중장비회사 팀장인 박동하(정우성)는 중국 출장 첫날, 관광가이드를 했던 미국 유학시절의 친구 메이(가오위안위안.°ª¶ê¶ê)를 만난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줬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도 탈 줄 모른다는 메이. 이들은 대화를 통해 조각난 기억의 퍼즐을 맞추며 급격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마침내 떠나야 하는 날, 동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비행기를 타려 하지만 마중나온 메이를 보고 마음을 돌린다.
'호우시절'(¦n«B®É¸`)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뜻으로, 당나라 시인 두보(§ù¨j)의 시 춘야희우(¬K©]³ß«B)에서 따온 말이다.
동하가 손목시계를 중국 현지 시각에 맞추는 첫 장면이나 적당한 때를 강조하는 '호우시절'이라는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키워드는 시간의 흐름이다.
다시 만난 동하와 메이는 이제 인생을 조금은 알 만한 나이다. 몇 번의 이별을 한 듯하고, 매달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 때문에 시인이 되려는 꿈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이를테면 '봄날은 간다'(허진호 감독)의 상우(유지태)처럼 직장도 내팽개치면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철없는 말을 할 나이는 지났다.
이처럼 세월의 더께를 알기에 동하와 메이의 관계는 편하다. 동하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처럼 뻔뻔하게 작업을 걸어도 메이가 "그럼 우리 잘까"라고 스스럼없이 맞받아칠 수 있는 이유다.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다. 허 감독은 그간 잘 사용하지 않았던 '핸드헬드' 기법이나 장기인 '길게찍기(롱테이크)'를 번갈아 사용하며 남녀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어떤 특별한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예컨대 비 오는 저녁 상점 앞에서 서로 진심을 확인하는 장면이라든가, 식당에서 동하가 돼지내장탕면을 먹는 장면, 어스름에 하는 데이트 장면 등은 충만한 사랑의 느낌을 잘 담았다. 여기에 쓰촨성의 그림 같은 풍경도 영화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한몫 했다.
영화 후반 메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힘을 뺀 정우성의 연기도 훌륭하고, 가오위안위안과의 호흡도 보기 좋다. 동하의 눈치 없는 회사 동료로 나오는 김상호의 감초 연기도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영어 대사가 많아 한국 영화임에도 자막을 봐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쓰촨성의 우람한 대나무 숲은 어느 순간 '봄날은 간다'에서 나온 강원도 삼척의 대나무 숲과 포개진다.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이지만 간혹 '봄날은 간다'의 느낌이 드는 이유다.
15세 관람가. 10월8일 개봉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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